즐겨찾기+  날짜 : 2019-03-08 오후 03:59:4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기획특집

역사에 유구히 빛나는 포은의 충절이여

논개·춘향의 본이 되는 초선의 절개여
강병찬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27일
↑↑ 포은 정몽주 4막_정몽주 초선 02
ⓒ 대경연합신문
↑↑ 포은 정몽주 4막_초선 02
ⓒ 대경연합신문
대본, 운명을 같이하다


시간 ; 고려 말, 1392년 봄
장소 ; 평안도 개성 일대
등장인물 ; 정몽주, 정도전, 이방원, 초선, 유화, 기생집 하인, 양반1, 양반2, 노인, 다른 양반들, 기생1, 기생2, 다른 기생들, 이방원 측근1, 이방원 측근2, 조영규
(이 작품은 역사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첨가하고 각색한 순수 창작물임을 밝혀둔다. 편집자)

제 4 막

막이 오르고 조명이 밝아진다. 1392년 음력 4월 4일 같은 날 술시(戌時, 오후 7시부터 9시 시간대) 경이다. 장소는 개성의 선죽교인데 돌로 만든 작은 다리가 나오고 주변으로 몇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그 중 큰 소나무 뒤에 조영규가 철퇴를 들고 숨어 있다. 정몽주가 등장하여 선죽교 앞을 지나고 있다. 이 때 조영규가 철퇴를 들고 정몽주 뒤로 몰래 다가선다. 그 순간 다리 건너편에서 정도전이 등장하여 조영규는 재빨리 나무 뒤로 다시 숨는다.

정도전 ; 아니 자네 포은 아닌가? 날도 어두워졌는데 어딜 다녀오시는가?
정몽주 ; 이성계 장군 병문안 다녀오는 길이외다.
정도전 ; 나도 지금 소식 듣고 그리 가는 길이오만.
정몽주 ; 호랑이 사냥하다 낙마하여 다치셨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모양이네.
정도전 ; (비아냥거리듯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 친구?
정몽주 ; (진지하게 따지듯이) 자네 말에 가시가 숨어있는 듯 하구만.
정도전 ; (여전히 비아냥거리듯이) 자넨 요즘 국사를 위한답시고, 이 장군 주변 사람들을 멀리 귀향 보내던데?
정몽주 ; 정국을 어지럽힌 죄를 받는 것뿐이네. 삼봉 자네야 말로 어찌 그런 일을 하나? 스승이신 목은 선생을 참형하라고 상소했다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는 뜻)이거늘 그게 제자로서 할 짓인가?
정도전 ; 공사를 구분해야 큰일을 하는 것이네. 한 때는 스승이었으나 사직을 위해 그리했네.그리고 친구로서 자네에게도 당부하겠네. 자네도 앞으로 몸조심해야 할 걸세. 자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네.
정몽주 ; 목은 선생이 죄가 있더라도 공 또한 크신 분이니, 그것도 고려해서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자네, 지금 나보고 경고하는 것인가? 입 다물고 조용히 살라는 말같구만. 자네는 스승을 죽이라고 탄원하고, 이 장군 수하들이 자기 뱃속만 챙기는데도 고려의 신하로서 그냥 보고 있으란 건가?
정도전 ; 고려는 국운이 이미 다 끊겼다네. 뿌리가 썩었으니 뽑아낼 수밖에.
정몽주 ; (화를 내며 단호하게) 자넨 지금 역모를 이야기하고 있다네. 내 방금 들은 말은 못들은 것으로 하겠네.
정도전 ; 여보게, 포은 내말 좀 들어보게나. 자네와 난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않았는가? 새로운 세상이 이제 시작되려 하네. 목자득국(木子得國, 나무 목(木) 자와 아들 자(子) 자를 합하면 오얏 리(李)자가 되는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것이 하늘이 준 운명임을 담아 고려말에 널리 퍼뜨린 노래) 즉 이씨의 나라가 시작될걸세.
정몽주 ; 그렇지,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지, 하지만 새로운 나라를 꿈꾼 것이 아니었네. 자네는 이성계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모르는가? 언젠가 자네도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하게 버린다)될 것일세.
정도전 ; 한나라 유방(劉邦)이 장량(張良, 장량은 한나라 초대 황제인 고조 유방의 공신으로 항우와 유방이 만난 ‘홍문회’에서는 유방의 위기를 구하기도 한 선견지명이 있는 책사였다)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신하인 장량이 유방을 이용했지. 나 또한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이 장군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네. 인의를 해친 조정을 뒤집어엎는 것은 역모가 아니라 혁명이라 하는 걸세. 자네도 맹자(孟子, 맹자는 권력자가 천명과 민심을 잃었다면 마땅히 천하를 바로잡기 위해 신하라도 군주를 죽일 수 있다고 주장을 했다. 이를 맹자의 ‘역성혁명론’이라고 한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 편에 서는 것이 어떻겠나? 그렇지 않으면 제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어쩔 수 없이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야.
정몽주 ; 자넨 나라를 바꾸어 두 임금을 섬기려고 한단 말인가?
정도전 ; 자네는 고려를 유지한 채 임금만 바꾸자 하고, 나는 나라 자체를 완전히 바꾸자고 하는 걸세. 어차피 피장파장 크게 다르지 않는 걸세.
정몽주 ; 그게 어찌 다르지 않단 말인가? 고려를 유지하고 임금을 바꾸는 것과 고려를 뒤집어서 새 임금을 추대하는 건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자네는 지금 역모를 말하는 걸세.
정도전 ;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가 이 친구야. 고려의 국운은 이미 다 끊겼다네.
정몽주 ; 고려가 끊긴다면 내 목숨도 끊길 걸세. 고려의 인물이니 고려와 함께 갈 걸세. 이보시게 삼봉, 내 말 좀 들어보게.
(정몽주는 안타까워하며 정도전의 마음을 돌려보고자 과거를 회상하며 노래를 부른다.)
정몽주 ;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니, 암군도 군왕이오, 폭군도 군왕이라. 현명한 군왕 되도록 보필함이 도리일세. 꽃이 피고 다시 지고 눈비 오길 오백여년, 태평성대 몇 년이며 난리법석 몇 년인가. 꽃이 피고 다시 지고 눈비 오길 오백여년, 태평성대 몇 년이며 난리법석 몇 년인가. 고려도 내 귀밑머리도 백발이 무성하네. 고려도 내 귀밑머리도 백발이 무성하네.
정도전 ; 이보시게 포은. 자네만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나 또한 안타깝다네. 나도 한 곡조 부르리다. 인의를 해친 폭군, 임금 아닌 필부일 뿐, 썩어빠진 뿌리는 뽑는 것이 유일한 길, 암울한 긴 겨울 지나 새봄이 오고 있네. 겨울의 찬바람은 화려함을 못 만드나, 봄바람 마른나무에 만개꽃을 피우리니.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제 맛이지. 봄바람 마른나무에 만개꽃을 피우리니,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제 맛이지.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제 맛이지.
정몽주 ; (비꼬듯이) 말은 좋네 그려. 새 술은 새 포대라고? 바꾸면 역성혁명 하자는 말이 아닌가? 이보게, 삼봉. 어찌 그리 변했는가? 자네가 아무리 첩의 자식이라 해도 내 한 번도 고결한 성품을 의심하지 않았거늘 역시 피는 속일 수가 없나보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네. (정몽주 화가 나서 침을 뱉는다.)
정도전 ; (불같이 화를 내며) 세상 사람이 손가락질해도 자네가 어찌 내게 그리 심한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네도 머지않아 후회할 날이 올 걸세.
정몽주 ; 죽더라도 후회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게나. 자네 앞길이나 걱정을 하시게나.
정도전 ; 앞으로 자네 얼굴 볼일이 없을 걸세. 잘 가시게나. 난 이만 가겠네.
(정도전이 씩씩거리며 무대에서 사라진다. 정몽주 사라지는 정도전을 말없이 바라보고 허무해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인생무상을 노래한다.)
정몽주 ; 고려도 내 운명도 시들어 가는구나. 내 사랑 고려에는 내 죽음이 필요한가. 앞으로 몇 번이나마 저 달을 보게 될까. 하늘을 우러러 바른 길을 걸었건만, 이토록 마음이 슬퍼지기 쉬운 것은 세상사 일이라는 게 빗나가기 때문인가. 고려도 내 운명도 시들어 가는구나. 이토록 마음이 슬퍼지기 쉬운 것은 세상사 일이라는 게 빗나가기 때문인가. 앞으로 몇 번이나마 저 달을 보게 될까. 앞으로 몇 번이나마 저 달을 보게 될까.
(정몽주 달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한다.)
정몽주 ; 저 달을 지금 초선이도 보고 있을까? 갑자기 왜 초선이의 얼굴이 떠오를까? 앞으로 몇 번이나마 저 달을 보게 될까? 고려도 내 운명도 시들어 가는구나. 내 사랑 고려에는 내 죽음이 필요한가. 앞으로 몇 번이나마 저 달을 보게 될까?
(정몽주는 인생의 무상함과 고려의 몰락을 느끼며 무릎을 꿇고 서럽게 통곡을 한다. 나무 뒤에서 조영규가 철퇴를 들고 나와 정몽주의 뒤에 몰래 서서 철퇴를 내려치려한다. 그 순간 무대 뒤에서 초선이 손에 종이를 들고 헐떡거리며 나타난다.)
초선 ; 이것이 이방원이 써준 밀지이지. 포은 어르신을 구하라고 써주셨지. 빨리 가서 조영규에게 이 밀지를 전해야 돼.
(초선은 서두르며 달려가는 행동을 보인다.)
초선 ; 어서 빨리 가야해. 어르신을 구해야해.
(초선이 다리에 다가간 순간 조영규의 철퇴가 정몽주를 내려친다. 정몽주는 머리와 입에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초선 ; (크고 높은 톤으로 고함을 지른다.) 아~
(초선의 비명소리에 조영규가 무대 뒤로 도망친다.)
초선 ; (쓰러진 정몽주 옆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그를 끌어안고 통곡을 한다.) 어르신. 눈떠보오. 초선이가 왔소이다.
정몽주 ; (고통스럽지만 살짝 눈을 뜨고 힘겹게 말을 한다) 초선... 이... 로구나.
초선 ; 이대로 떠나시면 아니 되옵니다.
정몽주 ; (고통스러워 말을 어렵게 이으며) 고려도 내 운명도... 시들어 가는구나... 저 달이 마지막일줄... 내 미처 몰랐구나...
(정몽주 눈이 감긴다. 초선은 흔들어서 정몽주를 깨운다.)
초선 ; 어르신. 정신 차리시옵소서.
정몽주 ; (정몽주 희미하게 눈을 뜬 후 신음을 하고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이 끊기듯이) 사실은...
초선 ; 어르신. 말씀해보세요.
정몽주 ; (기침을 하며 숨이 넘어가듯 매우 힘겹게) 사실은 나도 너를... 안고 싶었단다...
(정몽주는 고개를 떨구며 숨을 거두고 초선은 정몽주를 흔들며 통곡을 한다.)
초선 ;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어르신, 포은 어르신.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시면 아니되옵니다.
(초선은 죽은 정몽주를 안고 계속 통곡을 한다. 죽은 정몽주를 끓어 안은 채 무릎 꿇고 앉아서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노래한다.)
초선 ; 어르신 살리라는 밀지 들고 내가 왔소. 아직도 따뜻한데 대답 한 번 해보시오. 안기지 않아도 좋으니 목소리라도 들려주오. 순정을 다 바쳐서 구하고자 하였거늘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시면 어이 할꼬. 피눈물 멍가슴 안고 이 몸 어찌 살랍니까?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시면 어이 할꼬. 피눈물 멍가슴 안고 이 몸 어찌 살랍니까?
(초선은 비장한 결심을 한 듯 은장도를 꺼내들고 자신의 가슴을 찌른다. 초선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그녀는 정몽주에 기대어 쓰러져서 죽는다. 막이 내린다.)

(신동근 작, 지음오페라단 제공. 마지막회. 이제까지 ‘특집연재 오페라 정몽주’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강병찬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27일
- Copyrights ⓒ대구경북연합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인물탐방
경북 의용소방대, 영덕 태풍 이재민에게..
경북도 의용소방대 연합회는 29일 영덕군청을 찾아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 
나눔이 있어 더욱 살 맛 나는 .. 
나눔이 있어 더욱 살 맛 나는 .. 
청송군인재육성장학회에 장학.. 
영천시, 지역인재양성! 함께해.. 
의성슈퍼마늘로 조선통신사를 .. 
장애-비장애아동 1박2일 통합.. 
오피니언
일찍이 키이츠의 넋을 앗아갔던 저 불붙은 천재.. 
섬(島)나라와 같은 대한민국 땅에서 내 아이가 .. 
내가 아끼는 신뢰에서 부터 이성의 난파선 조각.. 
제호 : 대구경북연합신문 / 주소: 경북 영천시 최무선로 325, 2층 / 발행인 : 김상용
편집인 : 김상용 / mail: dgynews24@daum.net / Tel: 054-336-0033 / Fax : 054-336-0020
인터넷신문사업등록증 : 경북, 다015000(2018년 2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상용
Copyright ⓒ 대구경북연합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226
오늘 방문자 수 : 495
총 방문자 수 : 2,849,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