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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은 목숨을 구해준 정몽주를 밤새 생각하고 이방원은 잠옷 바람으로 일찍 초선을 찾아간다

대본, 초선의 마음은 누가 훔쳤나
강병찬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21일
ⓒ 대경연합신문
ⓒ 대경연합신문

시간 ; 고려 말, 1392년 봄
장소 ; 평안도 개성 일대
등장인물 ; 정몽주, 정도전, 이방원, 초선, 유화, 기생집 하인, 양반1, 양반2, 노인, 다른 양반들, 기생1, 기생2, 다른 기생들, 이방원 측근1, 이방원 측근2, 조영규(이 작품은 역사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첨가하고 각색한 순수 창작물임을 밝혀둔다. 편집자)

◇ 1막 2장
조명이 밝아온다. 같은 장소이며 다음날 사시(巳時, 오전 9시에서 11시) 경이다. 마당에는 아무도 없다. 초선이 잠이 덜 깬 듯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걸어 나온다. 그녀는 잠이 부족한 듯 눈을 비빈다.
초선 ; (고개를 들고 지난밤을 회상하듯) 어젯밤은 왜 그렇게 잠이 오지 않았을까? 꿈에서도 기다리던 내 님이 오시려나? 어젯밤 구해주신 포은 어른 생각나네. 아이참, 내가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아버지 같은 분이 왜 자꾸 떠오르지? 이상하다 이상해. 고마워서 그럴 거야. 어젯밤 하늘 보니 별이 하나 떨어졌지. 소원을 빌려 해도 너무 빨리 사라졌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달님은 고마운 내님께도 비추어 주시겠지? 이상하다 이상해 가슴이 두근거려. 어젯밤은 왜 그렇게 잠이 오지 않았을까?
(초선은 어제 밤 기억을 떠올리며 노래를 한다.)
초선 ; 간밤에 꿈자리가 하수상만 하더니만, 밤하늘 바라보니 큰 별이 떨어지네. 저 별은 사라졌지만 그 빛은 영원하리. 하얗게 흐드러진 벚꽃이 흩날리고, 화려한 봄날이 하릴없이 지나가네. 저 꽃은 사라졌지만 그 향기는 영원하리. 차가운 하늘위에 저 달도 내 맘 같아, 내게도 비추지만 내 님께도 비추리니, 저 달은 저물겠지만 내일이면 다시 뜨리.
(초선 노래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간다. 기생집 하인이 나타나 마당을 쓴다. 이때 대문 밖이 소란하다. 문밖에선 빨리 가게를 열라고 하는 양반들이 줄을 서있고 문을 두드리는 자도 있고 담 위에 올라 마당 안쪽을 훔쳐보려는 자도 있다.)
양반 1 ;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급하다는 듯) 여봐라. 뭐하느냐? 빨리 문을 열지 않고. 내 급히 초선이를 만나러 왔느니라. 초선이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땅문서도 집문서도 바칠 각오 했느니라.
양반 2 ; (손에 가득 패물을 들고 큰 소리로) 이놈들 문 열어라 내가 누군 줄 아느냐? 그 누가 뭐라 해도 초선이는 내 것이다. 초선이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보석도 패물도 모두 다 줄 터이다.
노인 ; (머리는 하얗고 허리는 굽어 있으며 다리는 후들거린다. 손에 엽전 다발을 들고 있다) 이보시오 젊은 양반. 내가 내가 먼저라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단 말도 모르는가. 초선이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내일 당장 죽더라도 원한이 없을걸쎄.
양반 1 ; 아이 참 어르신네, 노망난 거 아니시오? 서있지도 못하면서 남자 구실은 하겄소?
노인 ; 젓가락 들 힘만 있으면 다 되는 것이구만. (오른 팔을 걷어 올리며) 내가 자네 나이 때는 소도 때려 눕혔었지. 여자 다루는 기술은 내가 최고일걸세.
(양반 1, 양반 2, 노인은 서로 초선을 차지하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며 노래를 한다.)
양반 1 ; 잘생기고 키도 훤칠 내가 임자.
양반 2 ; 가장 젊고 힘이 좋은 내가 임자.
노인 ; 경험 많고 기술 좋은 내가 임자.
양반 1 ; 노인양반 왜 이러시나. 빠지시오.
양반 2 ; 숟가락 들 힘이나 있으려나.
노인 ;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지.
양반 1, 양반 2 ; 찬물 더운물 따질 상황 아니잖소.
노인 ; 너희들은 애미 애비도 없느냐
양반 1 ; 자식 보기 부끄럽지도 않소.
양반 2 ; 며느리 치마 들출 노인네네.
노인 ; 보자보자 하려니까 지나치구나.
양반 1 ; 잘 생기고 키도 훤칠 내가 임자
양반 2 ; 가장 젊고 힘이 좋은 내가 임자
노인 ; 경험 많고 기술 좋은 내가 임자.
(서로 자신을 뽐내며 동시에 노래를 한다.)
양반 1 ; 잘 생기고 키도 훤칠 내가 임자
양반 2 ; 가장 젊고 힘이 좋은 내가 임자
노인 ; 경험 많고 기술 좋은 내가 임자.
(세 사람이 노래를 하고 나자 몰려 왔던 다른 양반들이 모두 합하여 초선을 흠모하는 노래를 한다.)
양반 1, 2, 노인, 다른 양반들 ; 솜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삼단같이 새카만 틀어 올린 머리카락, 눈부신 그녀의 얼굴 신선계에 있으리오. 맑은 눈 바라보면 빠져나올 수가 없고, 꾀꼬리 노래인들 그녀 음성 따라갈까, 옷자락 날개가 돋아 하늘로 날아나네.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낼모레 죽는대도 원한이 없을거야. 단 하루 산다고 해도 그녈 품에 안고 싶어.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낼모레 죽는대도 원한이 없을 거야. 단 하루 산다고 해도 그녈 품에 안고 싶어.
(양반 1, 양반 2, 노인, 다른 양반들 서로 옷을 잡고 먼저 들어가겠다고 실랑이를 벌인다.)
노인 ; 잠깐, 잠깐. 그럼 우리 이렇게 합시다. 우리끼리 싸울 게 아니라 초선에게 물어서, 제일 멋진 남자를 선택하도록 합시다.
양반 1, 양반 2, 다른 양반들 ; 좋소. 그거 좋은 생각이오.
양반 1, 양반 2, 노인, 다른 양반들 ; (다 함께 문을 세게 두드린다) 여봐라. 어서 문을 열거라.
하인 ; (콧방귀를 끼며 혼자말을 한다) 쳇~ 양반이면 다여? (문을 향해 큰소리를 대답한다) 아직 문 열 시간이 안되었구만요.
양반 1, 양반 2, 노인, 다른 양반들 ; (부탁하듯이) 그러지 말고 어서 문 좀 열어주시게나...
하인 ;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시오. 줄을 서시오. (혼자말로) 초선아씨 온 뒤로는 기생집이 문전성시, 발정 난 남정네들 줄을 서서 대기하니, 도대체 이 몸도 쉴 시간이 없네 그려. 향기 좋고 예쁜 꽃에 나비도 꼬이는 법. 내가 봐도 초선아씨는 정말 선녀 같더구먼. 마음씨도 어쩜 그리 선녀와 같으신지. 초선아씨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내일 당장 죽더라도 원한이 없겠구먼.
(이 때 잠옷 차림에 겉옷을 대충 걸친 이방원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이방원 ; (수염을 다듬으며 거만한 자세로 옆의 양반1, 양반2, 노인, 다른 양반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내 오면서 듣자 하니 여자 마음 얻겠다고, 땅문서고 패물이고 돈다발이 무엇이오? 여인의 마음은 호탕함으로 얻는 게요, 자고로 사나이라면 패기가 있어야지. 사나이 패기 한번 들어보시겠소?
양반 1, 양반 2, 노인, 다른 양반들 ; (비아냥거리며) 좋소이다. 어디 한 번 들어봅시다.
이방원 ; (패기를 담아 힘차게 노래를 부른다) 고려 땅 작다하며 만주벌판 꿈꾸었네. 압록강이 얕다하며 깊은 바다 노래했지. 아모타 사나이라면 자기 세상 펼쳐보세. 아모타 사나이라면 자기 세상 펼쳐보세. 백두산 천지에 올라 넓은 세상 내려 보네. 일장검 손에 들고 두만강에 말달리니, 그 누가 사내대장부 앞길 가로 막을소냐. 그 누가 사내대장부 앞길 가로 막을소냐
양반 1 ; (콧방귀를 끼며 비꼬듯이) 어디서 잠옷 바람에 나타나서 큰소린지. 허풍에 초선이가 선택할 줄 아나보지? 별 볼일 없는 것들이 목소리만 큰 법이지.
양반 2 ; 익은 벼는 고개 숙이고 빈 수레가 요란한 법. 큰소리 허풍쟁이 겉모습만 번지르르.패기 하나 만큼은 장군감이 되겠네.
노인 ; 이보시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자다 깨서 달려왔나, 꿈결에 날아왔나. 나이도 젊은 양반이 노망들어 왔네 그려.
이방원 ;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보자보자 하려니까 말들이 지나치구나. 잠옷 바람에 왔다고 사람을 몰라보나. 어디서 감히 귀족을 능멸하느냐?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나 이방원이다.
(양반 1, 양반 2, 노인, 다른 양반들 모두 화들짝 놀란다.)
양반 1, 2, 노인, 다른 양반들 ; (재빨리 무릎을 꿇고) 죽을죄를 졌습니다. 몰라봬서 황공하옵니다. 살려주시옵소서.
이방원 ; 내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특별히 봐주마. 썩 물러들 가거라.
(양반 1, 양반 2, 노인, 다른 양반들은 서둘러 꽁무니를 빼고 이방원은 너털웃음을 웃는다.)
양반 1, 2, 노인, 다른 양반들 ; (꽁무니를 빼며 무대 밖으로 나가면서 셋이 서로 마주 보고 귓속말 하듯이) 아이고, 재수 없어. 이방원이 왔네. 하마터면 잘못 걸려 사단이 날 뻔했네. 맘 변하기 전에 빨리들 도망가세나.
이방원 ; (도망가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쯧쯧쯧, 한심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대문을 두드리며) 여봐라, 문을 열어라. 나 이방원이다.
하인 ;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방으로 향해 달려가며) 마님. 이방원 어르신께서 납시었습니다. 어찌 할까요?
유화 ; (깜짝 놀라며) 냉큼 모시지 않고 무얼 하느냐?
하인 ; 네. 마님.
(하인은 서둘러 문을 열고 이방원을 모시고 방으로 안내한다. 방에는 탁자가 있고 이방원이 왼쪽으로 앉고 하인들이 술상을 들고 들어오고 유화가 와서 이방원 옆에 앉는다.)
유화 ; (이방원의 가슴 품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떨며) 정오도 안 되었는데 제가 그렇게 그리우셨습니까? (이방원의 옷을 보며 놀라고 웃으며) 나리도 참 정말로 급했나 보옵니다. 잠옷 바람에 달려오실 정도로 제가 보고 싶었습니까?
이방원 ; (유화를 살짝 밀어내며 딱딱한 말투로) 내 급한 일이 있어 이리 일찍 왔느니라.
유화 ; 무슨 일이 그리도 급하신지 궁금하나, 급한 일은 잠시 미루고 소녀 한 번 안아주소서.
이방원 ; 내 너의 머리를 올려 준지 언제인데, 아직도 너만 보고 또 품고 싶겠느냐?
유화 ; (서운한 말투지만 애교를 섞으며) 어찌 그리 무심하고 여자마음 모르시오. 예전엔 세상에서 젤 예쁘다 하셔놓고, 이렇게 변하시면 소녀 섭섭하옵니다.
이방원 ;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초선에게 어젯밤 일 사과하러 왔느니라.
유화 ; 알겠사옵니다. 나으리. 하지만 초선이만 예뻐하면 아니되옵니다. 잠시 기다리시지요. 거기 초선이, 우리집의 보배 초선이 있느냐?
(초선이가 예쁘게 단장한 모습으로 서둘러 등장한다.)
초선 ; (다소곳하게) 네. 소녀 여기 왔사옵니다.
유화 ; (초선이의 등을 다독이며) 이방원 나리가 특별히 너를 찾는구나. 가서 잘 모시도록 해라. (이방원을 보며) 나리, 소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주안상 준비하겠사옵니다.
이방원 ; (빨리 가라는 듯이) 그래. 그래, 나가봐라. (초선이만 반기며) 오호~ 초선이구나. 어서 와서 이리 앉거라.
(초선이가 이방원 옆에 앉고 유화는 문밖으로 나온다.)
유화 ; (퉁명스럽게 혼잣말로) 흥, 언제는 나만 좋다고 해놓고서, 젊으나 늙으나 높거나 낮거나, 하여튼 요즘 남정네들은 초선이만 찾는다니까.
(유화는 무대 밖으로 나간다.)
이방원 ; (초선이의 손을 잡으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미안하게 되었구나. 선녀 같은 너를 보고 잠시 눈이 뒤집혔구나. 지난 일 잊어버리고 회포를 풀자꾸나.
초선 ; 소녀 벌써 어젯밤 일 잊어버렸사옵니다. 나리께서 소녀를 어여쁘게 여기셔서 그리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이방원 ; 그래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구나, 고마워.
초선 ; 그 일 때문에 이리 일찍 나오신 것이옵니까?
이방원 ; (자신 있는 표정으로) 내 실은 어젯밤 문제의 정답을 가져왔다.
초선 ; (놀라며) 벌써 푸셨사옵니까?
이방원 ; 아침에 눈을 뜨고서 그 답을 알았느니라.
초선 ; (눈을 크게 뜨며 궁금한 표정으로) 그렇다면 그 답은 무엇이옵니까?
이방원 ; 자고로 젊고 건강한 사내라면 아침에 양기가 충천하는 법이지. 흑마백마는... (잠시 뜸을 들이며) 흑, 즉 밤이 지나고, 백, 즉 아침이 오면, (자신의 다리 사이를 가리키며, 주먹을 쥐고 발기되는 것 같은 제스처를 보낸다) 두 마리 말, 즉 저 말들처럼 양기가 솟아오른다는 뜻이지. 다시 말해 아침이면 양기가 솟는 그런 사내를 원한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초선 ;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운 듯이) 나리. 망측하옵니다. 기막히고 멋진 답변이시옵니다. 하오나, 제 뜻과는 다른 명답이시옵죠.
이방원 ; (안타가워서 머리를 움켜쥐며) 뭐라. 아니라고. 아이고, 맙소사. 내 그걸 깨닫고서 이리 급해 달려왔거늘. (잠시 뜸을 들이다가 초선이의 손을 잡으며) 비록 답은 아니지만 명답이라 하였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받아줄 수 없겠느냐? 내 너를 품에 안을 수만 있다면 어떠한 소원이라도, (강조하며) 어떠한 소원이라도 기필코 들어주마.
초선 ; 소녀도 나으리의 영민함에 감탄했사옵니다. 하지만 송구하오나 정답이 아니오니 다음을 기약하시지요. 기회가 있을 것이옵니다. 쉽사리 얻은 것보다는 어렵사리 얻은 것이 더욱 가치 있는 법이 아니겠사옵니까?
이방원 ; (호탕하게 그러나 안타깝게) 허허. 내가 졌구나. 졌어. 하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지. 언젠가는 반드시 나의 품에 (잠시 뜸을 들이고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며) 반드시 나의 품에 안길 날이 올 것이야. (자리에서 일어서며) 내 오늘은 이제 그만 돌아가련다.
초선 ; 송구하옵니다. 나리.
(이방원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밖으로 나오고 초선도 배웅 나온다.)
유화 ; (밖으로 나가려는 이방원을 보고 달려와서) 아이고, 주안상 준비되었는데 서방님 벌써 가시면 어이하옵니까? 오랜만에 이 몸 한 번 안아주시지 않으시고.
이방원 ; (유화를 뿌리치며) 이보시오 유화, 이 사람 왜 이러시나. 자네와 난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네. 가족끼리 껴안고 사랑할 순 없잖은가?
유화 ; (울먹이는 척하며) 서방님. 너무하시옵니다.
이방원 ; 담에 다시 들리겠네. 안녕히 계시게나.
유화 ; 안녕히 가시옵소서. 서방님.
초선 ; 살펴 들어가시옵소서. 나으리.
(대문 밖으로 나가 이방원에게 인사를 한다. 유화와 초선이 마당으로 들어온다.)
유화 ; (초선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너 때문에 내가 미쳐. 십년은 늙겠구나. 너 본다고 남정네들 몰려오니 좋다마는. 서로 널 차지한다고 싸움 날 지경이고, 어젯밤엔 초상도 치룰 뻔 했으니,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요 살얼음판 같구나. 너무 애 닳게 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이방원 어르신을 받아주면 좋겠구나. 힘 있는 어른이니 네 팔자도 고치고, 품어왔던 너의 꿈도 이루지 않겠느냐.
초선 ; 소녀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하지만 여태껏 간직한 순정인지라 선뜻 마음이 열리지 않나이다.
유화 ; (고개를 끄덕이며) 내 무슨 말인지 알겠구나. 기생에게도 순정은 소중한 법이긴 하다만, 저만한 어르신 만나기 어려우니 내말 잘 새겨듣도록 해라. 이제 그만 들어가 보거라.
초선 ; 네. 마님. 송구하옵니다.
(초선이 무대 밖으로 사라지고 유화 혼자서 남는다. 유화는 홀로 마당을 거닐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과거를 회상하며 노래를 부른다.)
유화 ; 한 때는 꽃 같단 말 많이도 들었었지. 지금은 아무도 날 안으려 하지 않네. 사랑도 식어만 가는 하염없는 꿈이런가. 진달래꽃 꽂기에는 새치머리 부끄럽고, 하얀 분 바르자니 주름진 살 누구 볼까. 님 없는 외로운 긴 밤 홀로 수절 하는구나. 진달래꽃 꽂기에는 새치머리 부끄럽고, 하얀 분 바르자니 주름진 살 누구 볼까, 사랑도 식어만 가는 하염없는 꿈이런가.
(유화 고개를 떨어뜨리고 안타까워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신동근 작, 지음 오페라단 제공, 다음호에 제2막 이어집니다)


강병찬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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